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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, 민들레

 난 지금 신촌이야. 술집이랑 모텔들이 드글드글 몰려있는 동네, 알고 있지? 그리고 그 동네에서도 모텔들만 모여있는 골목이 있어. 밤이 오히려 더 활기찬 그런 골목이야. 골목에 들어서면 모텔들이 열을 지어 서있는 데 그 끝에 오피스텔이 하나 있어. 내가 거기 살고 있지. 왜 이런 곳에 살고 있냐고? 글쎄, 난 신촌에 살아야만 했고 여기에 빈방이 있어서 들어와 사는 거지. 모텔촌 안에 있으면 가격이라도 쌀 것 같지? 그렇지도 않더라. 오히려 모텔들 사이에 있어서 밤에 조용하다는 주인 아저씨의 주장에 설득당했어. 뭐 그따위 말이 있냐고? 그러게 말이야. 무슨 그런 개 같은 억지에 넘어갔는지 원. 근데 사실 설득 당했다기보다 귀찮았지. 다른 방 보러 갔다가 정말 귀찮아서 뒈질 것 같더라. 죽어 자빠지는 것도 아니고 그땐 뒈질 것 같았어. 복부인의 억지 미소를 바라보는 것이 특히 힘들었어. 그래, 그래서 난 여기 살고 있어. 
  오늘은 정말 날씨가 괜찮은 것 같아. 햇살은 따듯한데 바람이 선선하게 불잖아. 난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아. 한 쪽으론 따듯하면서 다른 한 쪽은 시원한 느낌. 너도 알아? 샤워한 다음에 물기를 조금 남긴 채로 이불 속에 들어가는 느낌. 바로 그 때 느낄 수 있지. 따듯하면서도 시원한 그것 말이야. 이 기분을 또 언제 느낄 수 있냐면 말이야. 나도 몇 달 전에 알게 된 건 데 알려줄게. 이건 근데 좋은 화장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야.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좋은 화장실이란 손에 물기를 말려주는 기계가 있는 화장실이야. 그리고 비누도 비치된 곳이어야 하지. 그래, 대충 눈치 챘지?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그 기계에 말리는 거야. 그 순간 손으로 느낄 수 있지.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오늘 같은 날씨를. 
 그런데 민들레야, 넌 지금 어디 있니?

by 강아지 | 2010/04/14 00:59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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